백일해의 특징 발생 대상 위험률 비슷한 전염병과의 비교
백일해의 주요 특징과 발생 대상
백일해는 ‘Bordetella pertussis’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으로, 특히 영유아와 소아에서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질환이다. 이 세균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되며, 주로 비말(침방울)을 통한 호흡기 전염 방식으로 퍼진다. 백일해라는 명칭은 오래 지속되는 기침에서 유래되었으며, 보통 100일 가까이 기침이 계속된다고 하여 붙여졌다. 과거 백신이 없던 시절에는 어린이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으며, 현재는 백신 보급으로 발병률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예방접종 누락자나 면역력이 약한 집단에서 여전히 재유행의 가능성이 있는 감염병이다.
이 질환은 모든 연령층에서 감염 가능성이 있지만, 특히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에게서 가장 위험한 질환으로 간주된다. 백일해는 초기에는 단순 감기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어 방심하기 쉽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격렬하고 특이한 기침 발작이 이어지고, 호흡 곤란, 구토, 청색증 등 심각한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특히 1세 미만의 영아는 기침 반사가 미숙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호흡이 멈추거나, 기도 내 분비물로 인한 질식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집중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청소년이나 성인의 경우 증상이 경미하거나 일반 감기처럼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자신이 백일해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영유아에게 감염을 전파하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가정 내 전파가 빈번히 발생하며, 영아 감염의 상당수가 부모, 조부모, 형제자매 등 가까운 가족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백일해는 단순한 소아질환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예방접종과 감염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생후 2, 4, 6개월에 DTaP 백신(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3종 혼합 백신)을 접종하고, 만 15~18개월 및 만 4~6세에 추가 접종을 실시하며, 이후에는 Tdap(성인용) 백신으로 면역을 보완한다. 하지만 예방접종을 모두 마쳤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면역력이 감소하므로, 성인이나 임산부는 10년 주기로 추가 접종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특히 임신부는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임신 27~36주 사이에 Tdap 백신을 맞는 것이 국제적으로도 권고되고 있다.
현재도 국내외에서 백일해는 소규모 유행을 반복하고 있으며, 집단생활을 하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군부대 등에서 집단 감염이 종종 발생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방역 해제 이후, 소아 전염병이 다시 확산세를 보이면서 백일해의 발생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백일해는 단지 과거의 질환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위협으로 간주되어야 할 감염병이다.
백일해의 주요 증상과 위험률
백일해의 가장 큰 특징은 ‘기침’이다. 하지만 이 기침은 일반적인 감기와 달리 장기간 지속되며, 발작적이고 격렬하게 반복되는 특이한 양상을 보인다. 감염 초기에는 가벼운 기침, 콧물, 미열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으로 시작되어 구별이 어렵지만, 1~2주 후부터는 급격히 증상이 악화되어 특유의 ‘흡기성 천명’이 동반되는 기침 발작이 시작된다. 이 흡기성 천명은 기침 후 숨을 들이쉴 때 “휘이익” 하는 소리가 나는 현상으로, 특히 소아에서 잘 나타난다.
기침 발작은 수차례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이 과정에서 구토, 안면 홍조, 청색증(입술이나 손끝이 파래짐), 무기력 증상이 동반된다. 발작은 수일수주 간 지속되며,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져 수면에 큰 방해를 준다. 일부 아이는 기침을 하다가 숨을 쉬지 못해 일시적인 의식저하나 경련을 겪기도 하며, 영아의 경우 이러한 증상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태가 최소 2~4주 이상 지속되며, 이후 회복기로 접어들지만, 여전히 잔기침은 수주 동안 남아있을 수 있다.
특히 생후 6개월 미만의 아기들은 기침 반사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침보다는 무호흡, 청색증, 갑작스러운 의식 소실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백일해는 진단이 늦어질 수 있으며, 이미 중증으로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는 일이 많다. 실제로 국내 백일해 사망 사례 대부분이 생후 3개월 이하의 영아에게서 보고되었고, 이들은 예방접종을 완료하기 전 감염된 경우가 많다.
백일해의 전염성은 매우 강력하다. 감염자의 기침 한 번으로 주변 여러 명이 감염될 수 있으며, 무증상 감염자도 전파력이 있기 때문에 조용한 전파가 가능한 질환이다. 특히 소아청소년이나 성인에서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는 경우, 자신도 모르게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질병을 옮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 신생아, 임산부는 중증 합병증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감염자가 발생하면 그 주변 접촉자도 함께 검진과 예방조치를 받아야 한다.
치명률은 일반적으로 낮지만, 생후 1세 미만의 영아에서는 치명률이 약 1~3%까지 상승할 수 있다. 뇌출혈, 폐렴, 경련, 저산소증, 뇌손상 등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으며,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백일해는 예방접종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에는 조기 진단과 항생제 치료가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백일해는 대개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예: 에리트로마이신, 아지트로마이신)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며, 발병 초기일수록 효과가 좋다. 하지만 증상이 시작된 지 오래되었거나, 이미 기침 발작이 시작된 경우에는 항생제가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큰 효과를 주지는 못하고, 전염성 차단 목적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조기 진단과 예방이 이 질병에서 가장 중요한 대응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백일해와 비슷한 전염병과의 비교
백일해는 전염력이 강하고, 초기 증상이 일반 감기와 유사하기 때문에 다양한 호흡기 질환과 혼동되기 쉽다. 특히 감기, 인플루엔자,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은 기침과 발열을 주요 증상으로 하기 때문에, 보호자나 환자 입장에서는 스스로 감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각 질환마다 특징적인 증상과 진행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세심하게 관찰하면 구별이 가능하다.
먼저 일반적인 감기(Common cold)는 대부분 리노바이러스나 코로나바이러스 계열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콧물, 인후통, 미열, 기침이 주요 증상이다. 증상은 5~7일 안에 대부분 호전되며, 기침은 길어져도 1~2주 안에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백일해는 기침이 수주~수개월간 지속되며, 점차 발작적이고 특이한 기침 소리가 동반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인플루엔자(독감)는 갑작스러운 고열, 오한, 근육통, 전신 피로감 등을 동반하며, 증상 강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인플루엔자의 기침은 백일해처럼 발작적이지 않으며, 고열과 전신통증이 먼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백일해는 열보다는 기침이 중심 증상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RSV 감염증은 영유아에게 폐렴, 기관지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 질환이다. 고열과 함께 호흡곤란, 쌕쌕거림, 무호흡 등이 동반되며, 심한 경우 산소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백일해와 마찬가지로 기침이 심하지만, RSV는 호흡성 증상이 중심이며, 기침 형태 자체가 백일해처럼 독특하지 않다는 점이 다르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소아와 청소년에서 흔히 나타나는 비정형 폐렴 중 하나로, 기침이 오래 지속되며 미열과 함께 피로감이 동반된다. 그러나 백일해와 달리 기침은 점진적으로 심해지며 발작성보다는 잔기침이 계속되는 양상이 많다. 또한 마이코플라스마 감염은 흉부 엑스레이에서 폐렴 소견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적 구분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천식 환자에서 나타나는 발작적 기침이나, 기관지확장증, 후비루증후군(콧물이 목으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기침) 등도 백일해와 증상이 유사할 수 있지만, 이들 질환은 호흡음, 병력, 반응 약제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감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백일해는 기침의 특이성과 지속성, 그리고 흡기성 천명이라는 독특한 소리를 동반하는 점에서 다른 감염병과 차별화된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은 병원에서의 진찰과 검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증상이 나타난 경우 빠르게 소아청소년과나 호흡기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특히 집단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이나 가정 내에 고위험군(영유아, 노인, 임산부 등)이 있다면, 기침 증상이 시작된 즉시 백일해를 의심해보는 것이 안전한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