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V 전파방식 감기와 차이점 국내사례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란 무엇인가 – 전파 방식과 확산 경로
RSV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의 약자로, 특히 영유아와 고령자에게 흔하고 위험한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1950년대에 처음 발견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으며, 매년 가을부터 봄까지 계절성 유행 양상을 보인다. RSV는 일반적으로 감기와 비슷한 가벼운 증상을 일으키지만, 연령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매우 심각한 호흡기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RSV의 전파 방식은 주로 비말(침방울) 감염과 접촉 감염이다. 감염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바이러스가 포함된 미세한 침방울이 공기 중으로 퍼지고, 이 비말이 다른 사람의 눈, 코, 입을 통해 침투하면서 감염이 시작된다. 또 하나 중요한 전파 경로는 오염된 손이나 물건을 통한 간접 접촉이다. RSV는 바이러스를 묻힌 손으로 문손잡이, 테이블, 장난감, 휴대전화 등의 표면을 만졌을 때 수 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으며, 그 표면을 또 다른 사람이 만진 후 자신의 얼굴을 만지면 감염될 수 있다.
이처럼 RSV는 단순한 밀접 접촉 외에도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유치원, 어린이집, 병원, 요양시설 등 다중 이용시설에서는 한 명의 감염자가 여러 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크다. 특히 만 2세 이하의 영아는 대부분 한 번 이상 RSV에 감염된 경험이 있을 정도로 흔하며, 일부는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심한 호흡기 증상을 겪기도 한다.
감염된 사람은 증상이 나타나기 하루 이틀 전부터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으며, 증상 발생 후 약 3~8일간 감염력이 지속된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군은 4주 이상 바이러스를 배출하기도 한다. 때문에 RSV는 가족 간, 의료기관 내에서 조용히 확산되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일반 감기보다 훨씬 더 조심해야 할 감염병이다.
최근 몇 년간 RSV는 코로나19로 인해 억제되었던 면역력이 사회 전반적으로 약화되면서 유행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2022년과 2023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RSV 유행 시기가 앞당겨졌으며, 국내에서도 영유아 입원 사례가 급증하면서 큰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RSV 주요 증상과 감기와의 차이점 비교
RSV 감염은 초기에는 감기와 매우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호흡기 질환과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증상이 심화되는 양상과 발생하는 연령대, 합병증 발생률 등을 보면 RSV는 감기보다 훨씬 더 주의가 필요한 질병이다. 특히 영유아, 노약자, 만성질환자는 RSV로 인해 폐렴이나 세기관지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단순 감기로 여기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인 감기는 콧물, 기침, 미열, 인후통 등 상부 호흡기에 국한된 증상이 며칠간 나타나며,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이에 반해 RSV는 초기에는 기침, 콧물, 발열 등 감기와 유사하지만, 감염 후 2~3일이 지나면서 호흡곤란, 가래, 쌕쌕거림(천명음) 등의 하부 호흡기 증상이 뚜렷해지며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에서는 호흡 시 가슴이 심하게 움직이는 '늑간 함몰'이나, 호흡 정지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보고된다.
또한 RSV는 폐 속의 작은 기도인 ‘세기관지’에 염증을 유발하는 특징이 있어, 생후 첫 RSV 감염은 ‘세기관지염’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 질환은 갑작스럽게 숨을 쉬기 힘들어지는 급성 상태로 악화되며, 산소 공급이나 병원 입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번지기 쉽다. 반면 감기는 이러한 폐 깊숙한 곳까지 감염이 확장되는 경우가 드물다.
또 다른 차이점은 발병 시기와 대상의 차이다. 감기는 사계절 내내 발생하지만, RSV는 주로 가을~초봄 사이 유행한다. 또한 감기는 건강한 성인과 어린이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지만, RSV는 특히 영유아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성인의 경우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가볍거나 무증상일 수 있지만, 이들이 전염 매개체가 되어 아이나 노인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RSV는 자연 회복이 가능하긴 하나, 한 번 감염되었다고 면역이 완전히 생기지 않는다. 반복 감염이 흔하며, 특히 어린이들은 성장기 동안 여러 차례 RSV에 노출될 수 있다. 재감염 시 증상은 대부분 경미하지만,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이거나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이전보다 더 심한 증상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RSV는 감기처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는 호흡기 감염 질환으로, 감기와 구분되는 양상과 고위험군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RSV의 합병증과 위험도, 그리고 국내 사례
RSV는 대부분의 경우 경미한 감기 증상처럼 지나가지만, 특정 대상에게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바이러스다. 특히 합병증 발생 비율이 높은 연령층은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 조산아, 선천성 심장 질환이 있는 아이, 만성 폐질환이나 천식을 앓고 있는 유아, 면역 저하자, 고령자다. 이들에게 RSV는 단순한 호흡기 감염이 아닌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이 될 수 있다.
RSV의 주요 합병증으로는 세기관지염, 폐렴, 중이염, 급성호흡부전 등이 있다. 특히 세기관지염은 기관지가 좁아진 아이들 사이에서 많이 발생하며, 심한 경우 입원과 산소치료가 필요하다. 중이염은 귀의 염증으로 이어지며 청력 손실까지 유발할 수 있고, 폐렴으로 진행될 경우 입원이 필수다. 고령자에게는 COPD(만성폐쇄성폐질환)나 심부전 등의 기존 질환을 악화시켜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RSV는 치명률 자체는 낮지만, 입원률은 꽤 높은 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매년 약 58000명의 영유아가 RSV로 입원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고령자 역시 약 177000명이 RSV로 인해 입원하고 14000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감기 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 훨씬 높은 수치로, RSV의 위험성을 방증하는 자료다.
최근 국내에서도 RSV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2023년 겨울과 2024년 초,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의 소아과 병원과 응급실에는 RSV 감염으로 입원하는 영유아가 급증했으며, 병상 부족 현상까지 발생했다. 특히 생후 3개월 된 영아가 RSV에 감염된 후 급성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중환자실에 입원한 사례가 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또한 같은 시기 경기 남부 지역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고령 입원 환자 12명이 RSV에 감염되는 집단 발병이 발생했다. 이 중 3명은 기존 심장 질환 및 당뇨를 앓고 있었으며, RSV 감염 이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집중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 사건은 고령자와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모여 있는 의료시설에서의 감염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처럼 RSV는 단순한 어린이 질병이 아닌, 전 세대에 걸쳐 위협이 될 수 있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예방 백신은 일부 고위험군 대상의 항체 주사(예: 니르세비맙)가 도입되고 있으나, 아직 보편적인 백신은 상용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개인위생 수칙 준수, 손 씻기, 감염자와의 접촉 자제, 밀폐 공간에서의 마스크 착용 등이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 방법이다.
RSV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가벼운 증상이라도 쉽게 넘기지 않고, 특히 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하는 사회적 관심과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매년 RSV 유행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계절성 감염병으로 경계하고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